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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의 자금줄인 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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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손에 넣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저항단체 중의 하나입니다. 20년 동안 미국 및 동맹국에 맞서 계속해서 싸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재력이 받쳐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자금 중 많은 비중이 마약 밀매를 통해 조달됩니다. 미국의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의 보고서에 의하면 탈레반은 연 수입의 최대 60%를 불법 마약 거래를 통해 획득한다고 합니다. 현재 아프간에서의 아편 생산량은 1만여 톤을 넘고 가치로는 40억~50억 달러(약 4조 6600억~5조 830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현금이고 추적이 불가능한 돈이 많기 때문에 실제 생산량은 더 많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유엔 세계 마약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생산된 아편은 2020년 한 해 전 세계 아편 생산량의 84%를 차지하는데, 이 대부분이 탈레반 점령지에서 재배한 양귀비를 이용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2009년 유엔 조사에 의하면, 아편 경작으로 12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양귀비_꽃
양귀비 꽃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나 

 

아프간의 남주 중심지인 칸다하르는 1994년 탈레반이 결성된 곳으로, 탈레반의 고향이자 정신적인 거점지입니다. 탈레반은 2001년 미군에 의해 축출된 후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미군과 20년간 싸움을 계속했습니다. 원래 칸다하르는 아편 양귀비 재배로 유명했습니다. 양귀비 잎은 복통을 치료하는 진통제로 사용되었고, 줄기는 말려서 땔감으로 이용했으며, 씨앗은 빵에 넣거나 기름을 만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양귀비가 바로 아편의 원료인 것입니다. 양귀비 열매에서 나오는 보라색 유액을 말리면 아편이 되고 여기에 화학약품을 첨가하면 헤로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과 탈레반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가난에 지친 아프가니스탄 농민들은 양귀비를 재배하고 채취한 아편을 팔아 생활하게 됩니다. 물론 이들은 그것이 불법인 줄 알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전체 인구 중 약 90%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최빈국 중 하나입니다. 탈레반은 농민들에게 양귀비를 재배하게 하거나 재배 보호를 해준다는 이유로 돈을 상납받고, 마약조직과 협력하면서 아편 및 헤로인을 밀수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전사들이 직접 양귀비를 재배해 아편과 헤로인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된 마약은 이란으로 흘러간 후 터키와 발칸 반도를 거쳐서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에 퍼집니다. 또 파키스탄을 거쳐 중앙아시아와 중국으로도 흘러갑니다. 

 

자금의 쓰임

탈레반은 마약 유통으로 얻은 자금을 미국과의 전쟁을 하는 데 사용해 왔는데, 무기, 탄약, 식량 구입과 전사들의 월급, 잔사들 가족의 생활비도 모두 여기에서 지급됩니다. 신규 전사를 모집해 훈련하는 비용으로도 쓰입니다. 탈레반 전사의 월급이 정부군 병사보다 3~4배 많다는 말까지 돈다고 합니다. 정부군 병사들은 미국이 지원한 돈을 빼돌리는 간부들 때문에 월급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탄약과 같은 물자와 식량까지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이 빠른 속도로 아프간을 장악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 정부는 탈레반에게 돈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아편 근절 프로그램을 시행했는데, 이는 결국 아프가니스탄 농민들의 민심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미국은 2002년에서 2017년까지 86억 달러(약 10조 300억 원)을 들여 양귀비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대신, 밀, 과일, 사프란 등을 재배하라고 권유했으나 실패합니다. 양귀비는 수확 기간이 5개월로 짧아서 한 해에 두 번이나 수확을 할 수 있고 다른 작물보다 비싸게 팔 수 있어서 농민들은 이를 금지시키려는 미국에 반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탈레반 대변인의 발표

지난 8월 17일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은 어떠한 마약도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표했습니다.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라는 이미지를 얻고 개발자금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정부는 아프간 정부가 자국에 예치한 외화 등 각종 자산을 동결했고 IMF도 아프간에 지급될 4억 5500만 달러(약 5306억 6650만 원)의 인출권을 유보했습니다. 또한 유럽연합과 미국 등의 서방국가들도 아프간 원조를 중단했습니다. 따라서 아프간의 경제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아프가니스탄 국내로 유입되는 민간인 송금도 끊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아프간인들이 해외에서 돈을 벌어 아프간으로 보낸 돈이 7억 9000만 달러, GDP의 4%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송금 통로인 웨스턴유니온이 이 송금을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이 북한에게 한것처럼 아프간의 대외교역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불법 무역을 제외한 아프가니스탄의 지난해 수출액은 7억 8000만 달러밖에 되지 않지만 이 수입이 없으면 아프간인들은 더 극심한 식량난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지금 아프간은 계속된 내전과 2018년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인해 3300만 명 총 인구의 10%가 난민이 되었고, 인구의 절반 정도가 기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기본적인 국민의 생활고를 해결해 주어야 할 텐데 이를 위한 자금이 탈레반에게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데 쉽게 마약 생산을 포기하기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아프간 관련 책을 쓴 데이비드 맨스필드는 "대부분의 아편 생산 지역은 탈레반의 암묵적인 통제하에 있다"며 "경제 붕괴는 더 많은 마약 생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사실 이슬람 율법에서는 술과 마약 등 사람을 취하게 하는 물질을 금지합니다. 그러나 탈레반은 자기들이 직접 마약을 하지 않고 비이슬람권에 수출하기 때문에 율법을 어기는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정말 종교인으로서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종교를 믿는 사람만 중요하고 믿지 않는 사람은 마약에 중독되어 죽거나 말거나 상관 없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니까요. 아프가니스탄이 세계 아편의 80% 이상을 생산한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전쟁에 시달려온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활할까 걱정이 되면서도 궁금했는데, 양귀비를 재배하며 살아가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들도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리 하는 거겠지만 그 많은 양의 아편, 헤로인이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픕니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올 수 있겠지요. 정말 나쁜 쪽으로 세계화가 진행된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탈레반이 정상적인 국가로서 기능하고 세계 여러나라로부터 원조를 받으려면 양귀비 재배 중단이 그 첫 단추가 되야 합니다. 이전에도 탈레반이 양귀비 재배를 금지했던 적이 있는데, 그 시도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마약이 우리 삶에 파고드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양귀비 재배 중단이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아프간 농민들이 양귀비를 생산하지 않고도 충분히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합니다.

 

 

*이 외에 탈레반이 돈을 버는 방법으로 해외 기부가 있습니다. 파키스탄을 비롯하여 이란과 러시아가 탈레반에 재정 원조를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그들은 이를 부인합니다. 이뿐 아니라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걸프만 국가들의 민간인들이 상당한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연간 5억 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 추정합니다. 또 광물에서 얻어지는 수입이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광물과 보석 원석, 희귀 금속이 매장되어 있습니다. 유엔 감시 기구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은 남부 헬만드주에서만 불법 광산을 만들어 연간 1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습니다. 

 

출처: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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